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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편 링크



http://m.blog.naver.com/siddldhk78/22107630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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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노, 너 이전교시 결석했지? 이대로 벌점 쌓이면 유급이다.

최악의 경우엔 정학도 당할수 있어!!이따구로 살면 안돼, 어?"

"...죄송합니다."

"뭐, 저번 중간고사에서는 전교꼴지를 맡았으니..

인성도 글러먹은거 같고, 같은반 아이를 폭행했다며?

넌 도대체가...사회 나가서도 그럴래?"

"....죄송합니다."

"..됐다. 그만 자리 앉아."

"네,"



드륵--


탁.


행복은 거짓말 처럼.

점심시간이 끝나고 시작된 5교시.

자신에게 한바탕 설교를 하는 선생에게 고개를 숙이고 대충 사과하면 오소마츠는 자리로 돌아가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설치된 기분나쁜 장난은 없는듯 했고,

교과서의 목적을 반쯤 잃어버린 책을 꺼내 펼친 뒤 불안한 눈으로 필통을 열면--


"읏..."


"꺄아아악!!선생님!!"

오소마츠가 인상을 찌푸린것과 여자아이의 비명이 울린것은 동시.

선생이 다가오기도 전, 그 여자아이의 짝인 아이가 그 아이를 감싸며 표독스럽게 오소마츠를 노려보았다.


"선생님!!!리리카의 필통에 지네가....!!!"


그에 맞춰 다른 아이들도 일제히 오소마츠를 밀고가기 시작했다


"선생님, 마츠노의 필통에 같은 지네가...!!"

"웩, 저게 뭐야...크기 별로 있는거 같은데?"

"마츠노가 그런게 분명해요!!"

"....마츠노..."


"...네.."


"하아..수업 끝나면 교무실로 따라와."

"선생님, 저는--"

"변명하지마라!!!안되겠다.

너희들은 자습!!마츠노는 당장 따라와!!!"

"네...."

"리리카, 괜찮아?"

"응...정말 왜 하필 나한테..."

"지독한 자식.."

반 아이들의 눈초리를 받으며 오소마츠는 선생에게 끌려 교무실로 직행했다.

그곳에서 무릎을 꿇고 반성문을 쓰며, 선생들의 불쾌한 눈초리를 남김없이 받은 오소마츠는

결국 수업시간이 끝나기까지 써야하는 글자,

나는 여자아이의 필통에 지네를 집어넣은 사람입니다.

라는 문구 300개중 50개도를 겨우 적었을 뿐.

다리가 저려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오소마츠는 욱신거리는 손목을 붙잡고 교무실을 나왔다.

상당히 뒤틀린 문구라고 생각하면서 교실로 돌아가, 오소마츠는 반성문 용지를 제법 소중하게

셔츠 사이로 밀어넣었다.

책상에 넣어서야 걸레짝이 될것은 뻔했고,

써가지 않으면 선생쪽에서 어떤짓을 시킬지 모르니까.

다행히 자신을 째려보는 아이들은 있었지만 6교시는 순조롭게 넘어갔다.

월요일.

6교시로 끝난 시점, 오소마츠는 늘 자기와 함께 가주는 이치마츠와 토도마츠에게는 미리 미안하다고 사과해두었다.

친구랑 시내에 가기로 약속했다며 가볍게 윙크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황당함을 참지 못한 두사람이 상당히 순조롭게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아직까지 자신의 문제를 이런 약속과 연관지어 걱정할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듯해서 안심하며,

오소마츠는 그대로 옥상에 올라가 반성문을 썼다.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쓰고, 또 쓰고, 써내렸을때.


겨우 300개를 채우고 교무실로 직행해 반성문을 제출한뒤 집으로 돌아가게 된 시간은 저녁 일곱시.


가방을 들고 아래로 내려가, 신발장을 열고 신발을 털자 언제나의 압정이 쏟아진다.

고정된 압정은 없는듯해 다행이라 생각하며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 노을을 따라 귀가.

집에 다가갈수록 웃는 얼굴을 만들어서,

현관에서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몇번 목을 울려 목소리를 높인다.


조심스래 안쪽으로 귀를 기울이면 형제들이 한창 제 얘기를 하는 듯한 생각에,

오소마츠는 일부러 다시 뒤로 돌아 폴짝폴짝 뛰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소리를 내며 현관문에 손을 걸었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안에서 갑작스래 이야기를 중단하는 시끄러운 소리.

문을 벌컥, 배려없이 열고 활기차게 말한다.


"형아 왔어잉~!"

"어,서와아 형!!!"

"어서와!!!!"

"뭐야~너희 형아 빼고 뭔가 재밌는거 얘기했지!!!"

"에에↑재밌는거라니, 그게 ㅁ..뭘까나아아→↑"

"훗...확실히..형님이 들으면 안될 얘기를 했긴하다..

형님, 밤에 코고는 소리 시끄럽다고....★"

"하아!?!?카라마츠 너야말로 이가는 소리 시끄럽거든!?!?!?"

"ㄴ, 나 이가는가!?!?"

"오소마츠 형 잠버릇 지옥이야."

"응..옆자리 아니라 다행..."

"너무하지 않아!?결국 뭐야 나 없는 사이 내 험담이나 했다는거잖!!

웃기지마아!!!"

"우와악!!"


우당탕--


"거짓말, 형 아직 아프지 않았어!??!?"

"사람살려!!"

"보웨엑!!!"

"우앗.....!!!"

"진짜 정신없네!!!"



우울따위 내비칠 시간도 없다.

오로지 행복으로 틈을 매꾸며 오소마츠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처럼 웃어주는 오소마츠에게 안심하는것 같았고,

그것으로 만족했으니까.

형제들의 체온에 뒤섞여 오소마츠는 웃었다.


*


등교때, 머리 위로 화분이 떨어져 내렸다.

송충이가 들어있던 화분.

피했다고 생각했지만, 한마리.

손등에 걸려 털어냈지만 다행히 털이 박히지 않은듯 멀쩡한 손등에 안심하며 오소마츠는 교실로 들어갔다.

매일의 일과.

말라비틀어져 파리와 벌레가 끓는 국화 화병을 치우고,

책상에 쓰여진 저주문구를 지운다.

책상을 한번 엎어 안에 들어있던 질나쁜 장난을 제거하면 오소마츠는 그제야 자리에 앉을수 있었다.

아이들은 아직도 제 장례식을 노리는걸까, 이번에는 저번처럼 필통을 책상에 두는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오소마츠는 필요한 필기구만을 꺼내자고 생각한뒤,

주변을 신경쓰며 몸의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아침 담임시간이 끝니고 1교시 전 쉬는 시간 10분.

그 사이 자신에게 무슨일이 일어날지 자신도 모르니까.

하지만 교실은 조용했고, 특별히 자신을 건드리려는 아이들도 보이지 않았다.

1교시가 시작되고 끝나고, 마찬가지로 2교시도 순조롭게 끝이났다.

3교시 체육시간, 챙겨온 체육복을 멀쩡하게 입고 준비운동을 하고 운동장을 달리기 시작.

무언가 찜찜하고 거북한 감정이 드는건 어쩔수 없어서, 오소마츠의 몸은 점점 느려져갔다.

"오늘은 축제도 가까워지고 하니, 너희들끼리 베드민턴이나 해라!"

"네--"

"......"

"야, 마츠노."

"........?"

"비품창고 가자고. 짐이 많아질거 같아서 말이야~"

"아.."

"마츠노,"

"...네.."

한 아이가 오소마츠를 꾀어내고, 명백히 이상한 분위기의 그것을 보고도 선생은 오히러 단호하게 오소마츠를 그 아이에게 넘길뿐이었다.

비품 창고로 끌려가자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문이 닫히고, 먼지투성이의 바닥으로 떠밀려져 주저앉으면 맨 앞의 아이는 싱글싱글 웃으며 박수를 한번 쳤고 그 신호에 따라--

아까까지 운동장에 있었을 아이들이 제 앞으로 몰려나왔다.


".....뭐하려고,"

오소마츠의 날카로운 말에도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한 여자아이가 양동이를 가져와 오소마츠의 앞에 내려놓았다.

흙탕물.

진흙과 잔디, 누군가의 토사물과 대변 찌꺼기.

방치된 공중화장실의 변기물을 그대로 떠와 진흙과 풀을 섞은 그것에 오소마츠가 가볍게 헛구역질을 하자

뒤에 서있던 여자아이 한명이 오소마츠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누르고,

반항하는 몸뚱아리를 남자아이 두명이서 누른다.

그리고 미리 망을 제거해둔 베드민턴 채의 고리를 오소마츠의 머리에 억지로 씌워 목줄처럼 만들면,

몸뚱아리를 누르던 남학생 둘이 오소마츠의 손을 뒤로 돌려 구석에 있던 로프로 묶었고,

그것에 완전히 저항을 빼앗긴 오소마츠는 자기의 목에 걸린 베드민턴 채에 조종당하게 되었다.

손잡이를 붙잡은 아이가 그대로 그것을 휘둘러 오소마츠가 목에 힘을 주기도 전 양동이로 오소마츠의 얼굴을 처박았다.

필사적으로 마시지 않으려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몇번이나 손잡이를 휘둘러 물 속에서 휘젓고,

그럼에도 악착같이 버티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끄집어 내어서 바닥에 던지고 다시 양동이에 처박아 휘젓고.

그 사이 주변의 아이들은 각자 교사에게 내지 않았던 휴대폰을 열어 촛불이 흔들리는 앱을 켜두고 그것을 내민채 마치 죽은 사람에게 읊어주는 염불처럼,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죽은 마츠노는 지옥으로 돌아가."

쿵,

"죽은 마츠노는 지옥으로 돌아가..."

쿵쿵.


어두컴컴한 공간.

자신을 둘러싼 아이들.

닫힌 문.

더러운 물.

지독한 악취.

자유따윈 빼앗긴 몸.

순간, 캐비닛에 갇혀 구정물 세례를 받았던 기억이 플레시 백.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입을 열면 들어닥칠 구정물에 오소마츠는 입술을 씹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역겹다.

모든것이, 미치도록 역겨워.


-형!


"캐흑--!!!"


"죽은 마츠노는 지옥으로 돌아가!"


"죽은 마츠노는 지옥으로 돌아가!!!!!"



「「「죽은 마츠노는---」」」



풍덩---




「「「지옥으로 돌아가!!!!!!!!」」」




"-------!!!!!"



힘으로 눌러져서, 움직이지도 못한채 양동이에 고개를 처박고 저항해도 더 거샌 힘으로 흔들려지는 머리.


물 밖으로 끌려나올때 흔들리는 시야로 일그러저 보이는 촛불의 빛.


이제 손가락 끝 미약하게 붙들린 체력으로 숨을 겨우 몰아쉬면 또 양동이 속으로 잠수되서,


오소마츠는 결국 1분도 숨을 참지 못하고 공기방울을 내뱉었다.


그제야 만족한듯 공기방울이 오래 올라오고, 오소마츠가 힘없이 바르작거리다 실이 끊긴 인형처럼 몸을 늘어트리고 나서야


남자아이는 손을 때었다.


구정물 투성이, 냄새 범벅.


역겹다는듯 아이들은 표정을 억누르며 그럼에도 중얼거렸다.



죽은 마츠노는 지옥으로 돌아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가늠할수 없었지만,


그때쯤 3교시를 마치는 종의 소리가 들렸던것 같았다.




*




"웩, 우욱---!!!!!!"



아이들이 가고 텅빈 창고에서, 오소마츠는 위장의 내용물을 전부 올렸다.


다행이 삼키진 않았다.


입에 머금어버렸어도, 마시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으니까.


그래도 끔찍한것은 끔찍한것이다.


자신이 눈치 못채는것 뿐으로 실제론 삼켰을수도 있지만 그런것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몇번이나 몇번이나 구토했지만 전혀 나아지는 기미따윈 없다.


눅눅한 곰팡이의 냄새, 먼지의 향.


구정물과 토사물이 뒤섞인 지독한 냄새와 몸을 먹어치우는 피로에 오소마츠는 의식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부들거리는 다리로 창고의 문 앞까지 기어봐도 손이 묶여있어서야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무거운 문은 지친 몸의 힘만으로는 열리지 않았고, 그렇다고 이곳에 있을수록 더 지쳐가는 악순환.


4교시가 시작되는 종은 진작 울렸음에도, 가지 못한다니.


어제 오늘 벌써 몇번이나 수업 무단이탈이다.

동생들이 그렇게나 힘내주는데 정작 자신이 수업일수를 지킨지 못한다니.

예전이라면 1교시에 조퇴해버린다거나, 반항을 시도하는...

그런 전부 포기해버린듯한 짓 할수 있었을텐데.

지금와서는 동생들이 지키려는 그것을 자신이 지키지 못하고 있다니..


"웁...."


다시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에 이젠 위액뿐인 그것을 쏟으면 시큼하고 더러운 냄새가 더 고약해졌다.

빨리 나가야하는데, 흐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보고싶지도 않은 토사물과 양동이.

그리고..


"아..."



.
.
.


딩--동--댕---동--

딩--동댕--동---


"야, 점심 먹고 축구하러 ㄱㄱ?"

"콜!!"

"미카쨩, 같이 도시락 먹자~"

"응, 오늘 반찬 뭐야?"

"유우지--매점가자."

"메론빵 남아있으려나~"


시끄러운 점심시간.

매점에서 야키소바빵을 2개, 크림빵을 하나 사들고 토도마츠는 이치마츠와 함께 옥상을 올랐다.

싸늘하고 추운 가을바람은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오소마츠와 이곳에서 먹는 점심을 좋아하고 있으니까.

오소마츠형은 아직 안 온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한번 형을 불러보면 먼저 와있었던건지 물탱크 뒤에서 장남이 걸어나왔다.

어째서인지 머리카락이 조금 젖어있고, 뺨도 푸르다고 생각해서 토도마츠가 말을 걸어보지만

오소마츠다운 이유만 들려올뿐.

옆에서 얌전히 서있던 이치마츠가 가을날은 감기 걸리기 쉬우니까, 땀 날때까지 뛰지마 라고 충고하고 우리들은 자리에 앉아 빵 봉지를 뜯었다.

이치마츠형은 많이 먹는편이 아니고, 오소마츠형은 최근 여러일이 있었으니까 두개만.

부드러운 크림빵은 자신의 몫.

운동장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 토도마츠는 아래에 보이는 사람들을 눈으로 쫓으며 쥬시마츠를 찾아내었다.


"저기, 쥬시마츠 형이다!"

"아 정말--쥬시마츠 열심이네~"

"이번 축제때 있을 옆 학교랑 경기..제법 큰 모양이야.

활약하면 2학년때 주전으로 갈 가능성 높다고..."

"대단하네 우리집 오남~"

"응....후후.."

"우와, 드물게 기쁜 표정으로 웃네 이치마츠형.

언제나 도S한 표정으로 웃고있으면서 말이야."

"냅둬라..."

"아 근데 톳티 크림빵 맛있어? 한입만 주라아~"

"안돼!!!형은 형꺼 있잖아!"

"체에--치사해!!!"

"역시 드라이몬스터라는 느낌인가..."

"드라이 몬스터라고 하지마!!그것보다 형들 우리 내일부턴 자리 안 옮길래?

얼어죽겠다고 이러다간~조금 있으면 외투 걸처도 좋다고 말할거 같은 시기고 슬슬 따뜻한 곳으로 가면?"

"에..도대체 어디?"

"음--글쎄, 오소마츠 형 반?"

"-----"

"? 형?"

"아, 우리반은 곤란~나 책상에 야한그림 그려뒀으니까!"

"저질..."

"저질이라고 하지마!!한창 나이라고!!!너희들 반으로 좋잖아~"

"아니, 우리반은 외부학생 출입금지..."

"귀찮네...~"

"좋은곳 몰라 오소마츠형?"

"글쌔애....좋은곳.....운동장?"

"뭐가 달라!?!?이 추운 옥상이랑 뭐가 다른데!?!?"

"쥬시마츠를 가까이서 볼수 있다?"

"그건 좋을지도..."

"닥쳐어--!!이 슈퍼 브라콤들!!"

"에--그러면서 밤마다 쵸로마츠 형 끌고 화장실 가는건 누구?"

"밤마다 횽아한테 착 붙어서 자는건 누구우~"

"갸아아아악!!!!제가 죄송했습니다!!!!제발 그만!!!!!"

""알면 됐어---""

'악마들---!!!!'

"아, 그러고보면 나..하나 아는 곳이."

"응?어딘데 이치마츠?"

"저쪽...동관쪽으로 가면, 안쓰는 과학실 있거든.

거기서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벽쪽에 긴 벤치가 있어..."

"과학실 앞~?그거 분명 이상한 냄새나지 않아? 오소마츠형도 그쪽은 싫지?"

".....아..응, 과학실 냄새 뭔가 이상하고...조금 싫네,"

"....우선 고민해봐도 답은 안나오니까 일단 교실로 돌아가자!!"

"그럴까.."

"집에서 마저 얘기하자? 오소마츠형?"

"응, 그러자."


오소마츠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안쓰는 과학실 얘기에 안색을 새파랗게 물들였던 그를 눈치챈 동생들은 서둘러 이야기를 닫았다.

과학실에서 무슨일이 있었나?

당장은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고 젖은 머리로 밖에 있는 오소마츠가 걱정되기도 했으니까.

계단을 내려오면 오소마츠의 친구인듯한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하면서,

친근하게 오소마츠의 어깨에 손을 걸치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곤란한듯 자신들을 보는 형을 보며, 이치마츠와 토도마츠는 자신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오소마츠의 표정은 굳은듯 했지만 곧 활짝 미소를 그리며 동생들에게서 멀어져갔다.


그렇지만 그렇게 보내고 나서야 드는 위화감.

지나치게 가벼워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두명은 교실로 돌아갔다.



======



"마츠노---"

"....."

"야, 관둬. 죽은자는 말같은거 못한다고?"

"그럼?"

"분신사바라는게 있잖아--"

"아아...ㅋㅋㅋ"


오소마츠에게 접근한 세 사람.

그들은 동생들이 돌아가자마자 표정을 지우고 오소마츠를 교실로 이끌었다.


"거기서 잘도 살아돌아왔네?"

"악령은 제대로 재령하지 않으면 끝까지 들러붙는다더니...역겨워."

"밧줄, 무슨 수로 풀었냐?"

덥석---

"읏--!!!!"

붙잡힌 손목.

동생들은 눈치채지 못한, 벌겋게 갈라진 살갖.

피투성이 붕대로 대충 감싸둔 것을 풀어내자 날카로운 것으로 절단된듯한 상처가 안쪽 팔뚝에 남아 있었다.

"하, 이 새끼 로프 채로 잘라냈나본데,"

"도대체 뭘로 그런거야?"

아이들은 비웃음과 황당함을 띄우고, 오소마츠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팔의 붕대는 벗겨진지 오래.

그 상처를 보며 한 아이가 주머니에서 압정을 꺼냈다.

"쭉 궁금했거든, 이미 갈라진 틈에 이걸 넣으면 고통이 있을지 없을지."

"읏---!"

"눌러,"

콰당----

한쪽 팔을 꺽어 등과 함께 누르는 아이가 두명, 하반신을 누르는 아이가 하나.

여자아이 한명이 자신의 손수건을 오소마츠의 입 안으로 구겨넣어 신음을 막았다.

교실바닥의 까칠한 나무가 뺨에 느껴지고, 그 서늘함에 몸서리를 치면 걷어올린 와이셔츠로 보이는 상처를 단단히 누른 뒤

남자아이는 압정을 하나 상처의 틈으로 밀어넣었다.

미끌, 쑥.

차가운 바늘의 첨단이 상처로 파고들자 오소마츠의 표정은 고통으로 왈칵 일그러졌다.

그것에 고통이 있나보네, 하며 웃은 아이는 그대로 하나씩 하나씩 압정을 추가해나가며 즐겁게 웃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

상처가 끝나면 상처가 없는 피부 위로도 압정이 파고들어온다.

고통에 입술을 짖이겨 피를 터트리면서 오소마츠가 할수있었던 것은 그저 미약하게 몸을 움츠러트리며 고통을 참아내는 것.

억눌린 신음을 뱉을때마다 아이들은 즐겁다는 듯 웃었고, 오소마츠는 그때마다 짖이긴 숨조차 뱉지 못하고 고통에 떨었다.

"저기~"

그 사이로 들린 발랄한 목소리.

갈색 곱슬머리에 짧게 줄인 치마.

지네가 들어있던 필통을 보고 비명을 질렀던 리리카의 옆에 앉아 있던 애리는 제법 인기있는 여자아이로 그녀는 생긋 웃으며 압정을 하나 들고 말했다.

"이거, 구멍에 전부 넣어보지 않을래? 마츠노는 악령이니까, 액이 나오는 구멍을 전부 막는다는건  선행 맞지?"

그리고 우후후, 부드럽게 웃으며 들고 있던 압정을 오소마츠의 코에 밀어넣었다.

바늘이 짧아 피는 나지 않았지만 충분히 섬뜩하고, 잘못 움직였다간 그대로 피를 토할 위치.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듯 각자 압정을 들고 오소마츠의 남은 콧구멍과 귀에 밀어넣었고

여자아이 하나는 핑크빛으로 칠해진 압정 하나를 귓볼에 찔러넣으며 어울린다, 하며 웃었다.

역시 큰 문제로 삼아질 눈은 건드려지지 않고 오소마츠가 코에 박아넣어진 압정에 잘못 찔릴까 입으로 으깨진 숨을 나누어 내뱉는 사이 앞에 서있던 남자아이가 오소마츠의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갔다.

"읏...!?!?"

그것에 조금 반항을 해도 상처 위와 맨살에 압정이 잔뜩 박힌 팔과 언제 찔릴지 모르는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귀와 코에 박힌 압정은 가뜩이나 미약한 반항을 전부 차단했다.

새하얗게 드러난 마른 가슴팍 위로, 추위탓에 돋아난 옅은 붉은빛의 그것을 아플 정도로 꽉 붙잡고, 씨익 웃는 아이를 보며 오소마츠는 필사적으로 읍읍, 신음을 뱉었지만--

푹---

가차없이, 바늘이 돌기의 갈라진 틈을 매우고 그 끝에 달린 바늘은 오소마츠의 안으로 흔적을 감추었다.

마친가지로 옆에도 똑같이.

빨간 피가 주륵, 가슴선을 타고 흘러내리지만 신경 쓰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눈을 빛내며 그 다음 구멍을 노려왔다.

덜컥,

바지를 벗기려는 그 망설임 없는 행동에 발길질을 해봐도 몇명의 남자아이가 붙잡으면 소용없다.

결국 오소마츠는 투명한 눈물을 비쳤다.

흘러내리지 않고 오소마츠의 눈가에 위태롭게 걸린 눈물방울이 떨어지기 직전,


------딩--동--댕---동----



점심시간이 끝나기 까지 10분이 남았음을 알리는 종소리.

아이들은 거짓말처럼 표정을 지우고, 자리로 돌아가 활발하게 다음수업의 이야기로 떠들기 시작했다.

이 시간의 선생님은 무섭다던가,

수행평가가 싫다던가, 준비물을 챙겨왔냐 묻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의 대화에서는

어디에도 지옥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은 음악.

즉, 이동수업으로 10분전 미리 열쇠를 챙겨 준비해야만 하는 수업인 것이다.

제각기 리코더를 챙기고 음악책을 들고 먼저 반 아이들 전부 사라지고 나면 오소마츠는 입에서 겨우 손수건을 끄집어내고

울면서 떨리는 손으로 귀와 코, 가슴에서 빼낸 압정은 전부 쓰레기 통으로 던져 넣었다.

빼낼때 날카로운 고통에 손이 떨이고 피가 뚝뚝 흘렀지만 우선은 제거해야 했으니까.

다량의 압정이 박힌 팔은 굽히지도 못해 뻣뻣하게 뻗은채로 움직이지 못해 오소마는 한팔로 얼굴을 감싸안고 몸을 웅크려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윽...흐아...!!!아아아....!!!!!!"


아파, 미치도록 아프고 춥다고,

차가운 바닥과 욱신욱신 거리는 전신.

팔에서는 마치 경보음처럼 고통이 울리고

바닥에서 일어난 가시의 거칠거림은 결코 좋지 않았다.

여기서는 빨리, 옷을 정돈하고 다음 수업의 준비물과 교과서를 준비해서 달려나가는 것이 동생들을 위하는거라고 알고 있다.

자신 역시 정학은 당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그러니까 버텨야 하는것도 울음을 참아야 하는것도 알았다.

장남이니까, 눈물을 참는 것 쯤은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지를 붙잡혔을때, 와이셔츠가 뜯겨져 나갔을때, 제 팔에 다가오던 압정의 바늘을 봤을때.

두려웠다. 무서웠다 아팠다.

"아파...아파...흣..아아..."

흘러내린 눈물과 함께 낡은 나무바닥에 누워 오소마츠의 머리를 가득 메우던 생각은 아프다, 라는 원초적이고 지극히 평범한 감각이었다.


=====NEXT









중간 묘사 된 베드민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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