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망요소 주의
2기 24화 조작
===
오소마츠 형이 돌아간 술자리.
자정 전의 고요.
시끌벅적한 술집 특유의 소음도 우리들의 귓가에서 멀어져간다.
잠시, 기억은 과거로 돌아간다.
할 말이 있다, 그날의 오소마츠 형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장남의 말에 누구도 귀 기울이려 하지 않았고,
갑작스럽게 집을 덮친 이야미의 비행기 탓에 여러가지로 패닉이 되서 그 날 일은 결국 묻히고 말았다.
나중에서야 오소마츠 형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후 다시 입을 닫아버린 형에게 다시 묻기도 거부감을 느껴 서로 마주치지 못하고 움직인지 일주일.
그날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듯 비가 내려기도 했고, 모처럼 휴일이 겹쳐 우리들은 드물게 집 안에 있었다.
그때 낡은 집 전화가 벨을 울리고, 마침 쥬시마츠 형 근처에 앉아 스마트 폰을 하던 내가 제일 가까워 받으면 여섯명 중 유일한 외출자였던 오소마츠 형.
-일기예보도 안 보고 나간 사람한테는 우산 안가져다 줄거야~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쵸로마츠 형과 카라마츠 형은 이미 우비를 챙기고 있었고 나도 둘을 눈치 채 어서 가보라고 손을 휘휘 저었다.
-뭐, 그런 인간한테도 마중 나가겠다는 사람이 있으니..
-됐어.
-어?
-됐으니까, 다섯명 다 거기 있어줘.
지금부터 돌아갈거니까...너희한테 중요한 할 말이 있거든.
-오소마츠 형..?
-알았지? 그럼,
-어..
-토도마츠, 왜그러나?
-아니..올 필요 없다는데?오히려 우리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집 안에서 다같이 기다려달라고..
하지만 형은 거부했다.
단지 할말이 있으니 여섯명이서 기다려달라고.
조금 의아한 면도 있었지만, 비오는 날 굳이 나갈 수고도 없어져 우리들은 얌전히 집 안에서 언젠가 부터 사라진 대화를 복구할 생각도 없이 앉아있었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빗소리에 묻혀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또 오소마츠 형인가?
전화할 시간 있으면 얼른 돌아오면 좋을텐데.
-토도마츠, 벨 울리는데.
-아까 내가 받았으니까 이제 이치마츠 형이 가지?
-귀찮다고...네가 제일 가깝잖아.
-보나마나 오소마츠 형일텐데,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귀찮아~
하지만 벨은 끈질기게 울렸다.
적막했던 거실을 소음으로 가득 채우고 울어대는 전화기에 결국 참지 못한 쵸로마츠 형이 일어섰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신경쓰였던 우리들은 잠시 귀를 그쪽으로 기울였다.
-마츠노씨 댁인가요?
-아, 네. 그런데요.
어라? 오소마츠 형이 아닌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일어선건 나랑 쥬시마츠 형.
남은 둘은 느긋하게 거실에 앉아있을 뿐 별다른 미동은 없었다.
-...네?
-쵸로마츠 형~누구야? 무슨 일?
-나야나 사기임까? 나 여기있슴다!!!
-쵸로마츠, 보이스 피싱이면 그냥--
툭--
-형?
-쵸로마츠?
-옷 입어. 가자.
-에? 비가 이렇게 오는데 어딜가..싫어 나는!
-쵸로마츠, 정말 보이스 피싱이라면 경찰한테 신고하는게..
-...무슨일 있어?
-사고.
-뭐?
-사고가 났다고, 오소마츠 형이.
=====
우리한테 주려던걸까.
아직 5월이 오지도 않았는데 너무 이른 케이크가 형 손에는 들려있었다.
그 손은, 몸으로 이어지지 않아.
뚝 잘려나간 채 우리를 맞이했다.
뭐였더라, 빗길에 미끌린 덤프트럭?
거기에 치여서 휘말려서.
전봇대와 트럭 사이에 그대로 우반신이 끼여 팔목째로 손이 날아가고,
나머지는 으깨져서 즉사.
투명한 빗물이 붉게 물들때까지 피를 쏟았다던 형은 병원 침대 위에선 그저 평범한 회색빛이었다.
그렇게 쏟아낸 피도 지나친 비에 전부 씻겨 갔을까?
아니면, 고집스럽게 입고있던 저 붉은 빛 후드티가 색을 전부 데려가 버렸을까.
주저 앉았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우리들은 결국 형이 전하려던 말을 듣지도 못하고 형을 떠나보냈다.
장례식은 소수의 가족장으로 진행됐고,
환하게 웃는 형의 사진을 앞에 두고 분향을 할때서야 난 겨우 실감 했다.
형이 떠났다는걸.
저승으로 배웅해야 한다는걸.
-흑...윽...
오소마츠 형.
더는 불러도 닿지 않을 이름이 서러워,
얼마나 울었을까.
정신을 차리면, 모두의 목소리는 눈물에 빼앗겨 한 줌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또 눈물이 흘러,
우리들은 한참 고개를 들지 못했던거 같다.
====
이변이 생긴건 여기서부터였다.
형이 죽고 49제도 채 되지 않아 돌아온 생일.
아무도 축하할 마음은 없었다.
해피 버스데이의 해피조차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어라, 왜 잠겨있어?!
저기, 안에 아무도 없어!?
들릴 일이 없는 목소리인데, 먼저 뛰어 나간건 누구였을까.
문을 열면 평소와 똑같이 웃는 장남이 서 있었다.
-욥, 생일 축하해~형아가 케이크 사왔는데..어라? 분명 들고 있었는데..
그런 장남에게 달려가서 끌어안고, 정신없이 울고 비명에 가까운 욕을 했다.
이게 뭐냐고,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가버리냐고.
진정이 되고 나서야 그날 우리에게 하려던 말은 뭐였는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물었지만 어느 하나도 형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
계속 생일케이크가 없으면 곤란하다고 해서 카라마츠 형이 급하게 뛰쳐나가 오페라를 사오고,
얼떨결에 생일 축하노래를 불렀다.
누구 하나 재정신이 아니었는데, 장남에게 휩쓸려 노래를 부르고 축하를 받았다.
오페라 위에서 녹아가는 촛불에 소원을 빌고 불을 끄면, 형은 차례로 우리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후 잠시, 「버스가 끊길 시간」이라고 형은 돌아갔지만 우리들은 영문을 모르는 채 남겨져있을뿐으로,
형이 돌아가서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 이윽고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소란을 피웠다
결국 꿈이 아닐까, 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지만 오페라의 옅은 씁쓸함도 형이 쓰다듬어준 감촉도 생생히 남아 애매하게 지나가는 날들.
그런 우리들의 고민은 무색하게 형은 다음 생일에도, 그 다음 생일에도, 그 다음 생일에도 우리들을 찾아왔다.
점차 익숙해져간 우리들은 그 '형'을 대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그게 환상따위가 아닌 진짜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 터진 질문들에 패닉을 일으켰던 형을 떠올리며 여러가지 말을 삼켰고,
천천히 형의 죽음에서 떠나 다시 자립하면서도 형이 바란 일상을 지켰다.
사회인이라도,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생일날 저녁에 모이는건 어느새 약속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외로움을 탔던 그 사람을 위해, --
..1년에 한번 찾아오는 형을 위해, 우리들은 형이 오는 순간부터는 5년전에서 그대로 멈춰주는 것도.
어느새 약속이 되어있었다.
우리들의 배려를 눈치 채는 듯 했지만, 형은 아무말 하지 않았고 우리들은 현실로 모든걸 돌아가게 하는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장난으로라도 언급되지 않도록 조심하며 형과 시간을 보냈다.
아마 형이 매일 비밀로 하는 그 소원은
내년에도 모두와 함께할 수 있기를.
그런 소원이 아니었을까.
아마 형이 그날 우리에게 말하려던건,
우리가 조금이라도 편하길 바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술기운에 달뜬 뺨을 차가운 나무탁자에 올리며,
나는 눈 앞에서 마지막 술을 홀짝이는 형들을 바라본다.
아마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 다음 해도.
우리들에게 밖에 보이지 않는 형과 놀고, 마시면서.
우리들은 생일을 축하하겠지.
언제가 형이 찾아주지 않게 된다고 해도.
단지 미련만 남아있는 듯한 만남이라 해도.
"육둥이로 태어났다고...~"
카라마츠 형이 나직히 중얼거리는 노래가사를 뒤로 하고,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래, 언젠가 형이 정말로 사라져, 그저 웃을뿐인 영정 사진에 건배를 청하게 된다 해도.
우리들은 여섯이서 하나인거야.
언제나 함께, 생일을 보낼거야.
그러니까 오소마츠 형,
그 잠깐의 우울은 버려도 괜찮아.
오늘말한대로, 이때까지 그래왔던대로 우리들은 늘 함께니까.
그러니까 계속, 계속--
1년에 한번뿐인 이 기적의 날은,
5월 24일은, Happy Birthday야!
끝
2기 24화 조작
===
오소마츠 형이 돌아간 술자리.
자정 전의 고요.
시끌벅적한 술집 특유의 소음도 우리들의 귓가에서 멀어져간다.
잠시, 기억은 과거로 돌아간다.
할 말이 있다, 그날의 오소마츠 형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장남의 말에 누구도 귀 기울이려 하지 않았고,
갑작스럽게 집을 덮친 이야미의 비행기 탓에 여러가지로 패닉이 되서 그 날 일은 결국 묻히고 말았다.
나중에서야 오소마츠 형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후 다시 입을 닫아버린 형에게 다시 묻기도 거부감을 느껴 서로 마주치지 못하고 움직인지 일주일.
그날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듯 비가 내려기도 했고, 모처럼 휴일이 겹쳐 우리들은 드물게 집 안에 있었다.
그때 낡은 집 전화가 벨을 울리고, 마침 쥬시마츠 형 근처에 앉아 스마트 폰을 하던 내가 제일 가까워 받으면 여섯명 중 유일한 외출자였던 오소마츠 형.
-일기예보도 안 보고 나간 사람한테는 우산 안가져다 줄거야~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쵸로마츠 형과 카라마츠 형은 이미 우비를 챙기고 있었고 나도 둘을 눈치 채 어서 가보라고 손을 휘휘 저었다.
-뭐, 그런 인간한테도 마중 나가겠다는 사람이 있으니..
-됐어.
-어?
-됐으니까, 다섯명 다 거기 있어줘.
지금부터 돌아갈거니까...너희한테 중요한 할 말이 있거든.
-오소마츠 형..?
-알았지? 그럼,
-어..
-토도마츠, 왜그러나?
-아니..올 필요 없다는데?오히려 우리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집 안에서 다같이 기다려달라고..
하지만 형은 거부했다.
단지 할말이 있으니 여섯명이서 기다려달라고.
조금 의아한 면도 있었지만, 비오는 날 굳이 나갈 수고도 없어져 우리들은 얌전히 집 안에서 언젠가 부터 사라진 대화를 복구할 생각도 없이 앉아있었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빗소리에 묻혀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또 오소마츠 형인가?
전화할 시간 있으면 얼른 돌아오면 좋을텐데.
-토도마츠, 벨 울리는데.
-아까 내가 받았으니까 이제 이치마츠 형이 가지?
-귀찮다고...네가 제일 가깝잖아.
-보나마나 오소마츠 형일텐데,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귀찮아~
하지만 벨은 끈질기게 울렸다.
적막했던 거실을 소음으로 가득 채우고 울어대는 전화기에 결국 참지 못한 쵸로마츠 형이 일어섰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신경쓰였던 우리들은 잠시 귀를 그쪽으로 기울였다.
-마츠노씨 댁인가요?
-아, 네. 그런데요.
어라? 오소마츠 형이 아닌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일어선건 나랑 쥬시마츠 형.
남은 둘은 느긋하게 거실에 앉아있을 뿐 별다른 미동은 없었다.
-...네?
-쵸로마츠 형~누구야? 무슨 일?
-나야나 사기임까? 나 여기있슴다!!!
-쵸로마츠, 보이스 피싱이면 그냥--
툭--
-형?
-쵸로마츠?
-옷 입어. 가자.
-에? 비가 이렇게 오는데 어딜가..싫어 나는!
-쵸로마츠, 정말 보이스 피싱이라면 경찰한테 신고하는게..
-...무슨일 있어?
-사고.
-뭐?
-사고가 났다고, 오소마츠 형이.
=====
우리한테 주려던걸까.
아직 5월이 오지도 않았는데 너무 이른 케이크가 형 손에는 들려있었다.
그 손은, 몸으로 이어지지 않아.
뚝 잘려나간 채 우리를 맞이했다.
뭐였더라, 빗길에 미끌린 덤프트럭?
거기에 치여서 휘말려서.
전봇대와 트럭 사이에 그대로 우반신이 끼여 팔목째로 손이 날아가고,
나머지는 으깨져서 즉사.
투명한 빗물이 붉게 물들때까지 피를 쏟았다던 형은 병원 침대 위에선 그저 평범한 회색빛이었다.
그렇게 쏟아낸 피도 지나친 비에 전부 씻겨 갔을까?
아니면, 고집스럽게 입고있던 저 붉은 빛 후드티가 색을 전부 데려가 버렸을까.
주저 앉았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우리들은 결국 형이 전하려던 말을 듣지도 못하고 형을 떠나보냈다.
장례식은 소수의 가족장으로 진행됐고,
환하게 웃는 형의 사진을 앞에 두고 분향을 할때서야 난 겨우 실감 했다.
형이 떠났다는걸.
저승으로 배웅해야 한다는걸.
-흑...윽...
오소마츠 형.
더는 불러도 닿지 않을 이름이 서러워,
얼마나 울었을까.
정신을 차리면, 모두의 목소리는 눈물에 빼앗겨 한 줌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또 눈물이 흘러,
우리들은 한참 고개를 들지 못했던거 같다.
====
이변이 생긴건 여기서부터였다.
형이 죽고 49제도 채 되지 않아 돌아온 생일.
아무도 축하할 마음은 없었다.
해피 버스데이의 해피조차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어라, 왜 잠겨있어?!
저기, 안에 아무도 없어!?
들릴 일이 없는 목소리인데, 먼저 뛰어 나간건 누구였을까.
문을 열면 평소와 똑같이 웃는 장남이 서 있었다.
-욥, 생일 축하해~형아가 케이크 사왔는데..어라? 분명 들고 있었는데..
그런 장남에게 달려가서 끌어안고, 정신없이 울고 비명에 가까운 욕을 했다.
이게 뭐냐고,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가버리냐고.
진정이 되고 나서야 그날 우리에게 하려던 말은 뭐였는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물었지만 어느 하나도 형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
계속 생일케이크가 없으면 곤란하다고 해서 카라마츠 형이 급하게 뛰쳐나가 오페라를 사오고,
얼떨결에 생일 축하노래를 불렀다.
누구 하나 재정신이 아니었는데, 장남에게 휩쓸려 노래를 부르고 축하를 받았다.
오페라 위에서 녹아가는 촛불에 소원을 빌고 불을 끄면, 형은 차례로 우리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후 잠시, 「버스가 끊길 시간」이라고 형은 돌아갔지만 우리들은 영문을 모르는 채 남겨져있을뿐으로,
형이 돌아가서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 이윽고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소란을 피웠다
결국 꿈이 아닐까, 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지만 오페라의 옅은 씁쓸함도 형이 쓰다듬어준 감촉도 생생히 남아 애매하게 지나가는 날들.
그런 우리들의 고민은 무색하게 형은 다음 생일에도, 그 다음 생일에도, 그 다음 생일에도 우리들을 찾아왔다.
점차 익숙해져간 우리들은 그 '형'을 대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그게 환상따위가 아닌 진짜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 터진 질문들에 패닉을 일으켰던 형을 떠올리며 여러가지 말을 삼켰고,
천천히 형의 죽음에서 떠나 다시 자립하면서도 형이 바란 일상을 지켰다.
사회인이라도,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생일날 저녁에 모이는건 어느새 약속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외로움을 탔던 그 사람을 위해, --
..1년에 한번 찾아오는 형을 위해, 우리들은 형이 오는 순간부터는 5년전에서 그대로 멈춰주는 것도.
어느새 약속이 되어있었다.
우리들의 배려를 눈치 채는 듯 했지만, 형은 아무말 하지 않았고 우리들은 현실로 모든걸 돌아가게 하는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장난으로라도 언급되지 않도록 조심하며 형과 시간을 보냈다.
아마 형이 매일 비밀로 하는 그 소원은
내년에도 모두와 함께할 수 있기를.
그런 소원이 아니었을까.
아마 형이 그날 우리에게 말하려던건,
우리가 조금이라도 편하길 바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술기운에 달뜬 뺨을 차가운 나무탁자에 올리며,
나는 눈 앞에서 마지막 술을 홀짝이는 형들을 바라본다.
아마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 다음 해도.
우리들에게 밖에 보이지 않는 형과 놀고, 마시면서.
우리들은 생일을 축하하겠지.
언제가 형이 찾아주지 않게 된다고 해도.
단지 미련만 남아있는 듯한 만남이라 해도.
"육둥이로 태어났다고...~"
카라마츠 형이 나직히 중얼거리는 노래가사를 뒤로 하고,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래, 언젠가 형이 정말로 사라져, 그저 웃을뿐인 영정 사진에 건배를 청하게 된다 해도.
우리들은 여섯이서 하나인거야.
언제나 함께, 생일을 보낼거야.
그러니까 오소마츠 형,
그 잠깐의 우울은 버려도 괜찮아.
오늘말한대로, 이때까지 그래왔던대로 우리들은 늘 함께니까.
그러니까 계속, 계속--
1년에 한번뿐인 이 기적의 날은,
5월 24일은, Happy Birthday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