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오소 칼자국
"별거 아냐~ 좀 긁혔어."
"누가봐도 칼자국인데, 어디서 긁혔다는거지? 좀 자세히 보여봐라."
"아! 카라츙은 변태!! 횽아의 맨살이 보고싶은거야!? 저질!! 치한!! 응큼이!!"
"나불거릴 시간이 있으면 보여주기나 해."
꽉--
"아, 안된다니까!"
"오소마츠, 힘으로 날 이길거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위험하다고 생각한 순간, 지붕의 기와가 덜그덕 큰 소리를 내며 오소마츠는 카라마츠 아래에 깔려있었다.
도망치려고 해도 양 손 모두 카라마츠에 손으로 눌려졌고
발버둥치는 다리도 카라마츠가 양 무릎으로 조이면 움찔거리는거말곤 다른 수도 없었다.
그리고 무참하게 벗겨지는 소매.
니트라 바깥과 인연이 그닥 없는 육쌍둥이 중에서도 흰 편에 드는 피부 위로는 새빨간 줄이 몇번이나 거듭 새겨져 있었다.
그중에는 오래된 딱지나 이미 하얗게 변한 옛 흉터부터 이제 막 생긴 듯 피가 살짝 맺힌 상처도 있어,
"언제부터지? 아니..위화감은 있었다만.
언제부터 넌 자해를 시작한거지?"
카라마츠의 시선이 무서운걸까. 아니면 던져진 질문이 무서운걸까.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린 오소마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혔다.
"봤으면 이제 놔주지~?토토코쨩이라면 좋았을텐데, 그것도 아니고.
뭐가 슬퍼서 남동생 밑에 깔려있지 않으면 안되는거냐고."
"말하기전까진 안된다. 언제부터지? 솔직하게 말해라."
"그러니까~이거 네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라니까? 자해라니 이 횽아가? 넌 내가 그런 섬세한 정신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해?"
"그건 아니다. 넌 손 쓸 수 없을정도로 아둔하고 미련한, 되먹지 못한 장남이니까."
"..그럼 빨리 놔 달라고. 오해라는거 알잖아..."
"하지만,"
"카라마츠 적당히 좀"
"하지만 그런 너니까, 장남이란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
모두 동갑인데 너에게만 주어진 불합리한 권력, 처사, 책임. 모두 잘 알고 있어서,
그래서 만들어진 그 성격은 장남을 유지하는 너에 방법이 아니었나.
그런 네가 자해를 시도했다.
한두번이 아니겠지, 하루 이틀도 아니겠지.
얼마나 됐나. 왜 시작했지? 오소마츠, 이봐."
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그렇게 한꺼번에 들이닥치면..형아, 진짜 울 거 같은데.
계속 말했잖아. 왜 납득 안해주는거야, 평소엔 그 텅텅 빈 머리로 잘 흡수해주면서.
그냥 긁힌거라구 카라쨩~더도 덜도 없다니까."
"넌 내가 이 상처를 아 긁혔구나. 그냥 우연이 계속 겹쳐 왼쪽 팔에만 상처가 거듭됐구나.
그렇게 받아들이길 바라는건가? 그럴 수 있을거라고?"
"안돼?"
"..하아......"
한숨과 동시에 힘이 살짝 빠진다.
오소마츠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와락, 카라마츠의 목덜미에 달라붙었다.
"그냥 긁힌걸로 하자, 응~ 카라츙은 말 잘듣는 착안 아이지? 횽아가 하나마루삣삐 줄테니까--"
"억지도 안되서 결국 회유인가. 밑바닥 보인다제. 오소마츠.."
"일생의 부탁~! 눈 딱 감고 모른 척 해줘어~"
"그정도로 말하기 싫은건가? 차남인 나한테도?
네 밑이 아니라 옆에 있는 나라도, 안되는건가?"
"아..갑자기 그렇게 숙이고 들어오지마라..횽아 그런데 약한거 알면서. 그래도 미안해? 이것만큼은 절대 안돼!"
"..알았다. 들어가지. 너도 빨리 들어와서 자라."
"고마워 카라츙~담배 딱 한가치만 피우고 갈게!"
달빛이 싸늘하게 두 사람을 비추는 곳에서 등을 돌려 카라마츠는 베란다로 내려갔다.
형아가, 형아는. 고집스럽게 자신을 형이라고 말하던 오소마츠.
자신의 질문에 계속 눈 깊은 곳을 흔들거리던 오소마츠.
잡았던 손에서 올라오던 냉기.
카라마츠는 양 손을 모아 아직 오소마츠의 감촉이 남은 그 곳에 입을 맞췄다.
그정도로 강하게, 말 할 수 없다고 얼버무린 것은 말하는 순간 버틸 수 없게된다고 본인이 깨달아서겠지.
1년전 우리들은 저 장남을 버리고 집을 나간 적이 있다.
곧 다시 돌아왔지만 그후 장남은 이상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었다.
형제와 함께가 아니면 방 밖으로 나가지도 않는 것 같았다.
이제 많이 나아졌다고,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얼마전 아버지가 쓰러진 일 때문인가?
비행기가 추락해 모두가 사후세계로 날아가기 전 그 녀석은 뭔가 말하려고 했었지.
그건 1년전 일과 관련이 있는건가?
"..네 생각을 전부 뜯어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망할 고집쟁이 녀석."
이런 날을 거듭하면 언젠가 또 괜찮아진다고.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나본데, 큰 오산이다. 오소마츠.
마츠노가 투톱은 빈말같은게 아니니까.
네 옆에 내가 있는 한 너는 홀로 버티지 않아도 돼.
혼자 무너지지 않아도 돼.
반드시, 그걸 깨닫게 해주마.
바깥과 달리 따뜻한 방 안에 들어와 밤하늘 옅게 흩어지는 담배연기를 올려다보며,
카라마츠는 다짐의 주먹을 쥐었다.